: 넷플릭스 영화추천 [어바웃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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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추천 [어바웃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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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타임

 

 

 

 

 어바웃타임, 시간을 되돌리며 채워가는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역설적이게도 '시간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는 한마디였다. 주인공인 남자 '팀'은 성인이 되던 생일, 아버지로부터 자손 대대로 남자에게 유전적으로 주어지는 초능력인 '타임슬립'에 대해 듣게 된다. 좁고 어두운 공간 안에 들어가 눈을 감고 집중하면 자신의 기억 속 특정 장소와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나 장소에 가거나 역사적인 큰 흐름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가 인생에서 놓쳐왔던 수많은 기회들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신의 어설펐던 첫키스, 첫사랑, 첫대쉬는 물론이거니와 친구에게 닥친 어려움을 타임슬립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이다. 

 

 

 

 

 

 

 

 

 

 

 

 

 

 

팀의 고향 집은 영국에서도 가장 맑은 날씨를 자랑하는 '콘월'에 위치해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해변가에 자리잡은 전원주택이다. 개성있고 따뜻한 어머니와, 자상한 아버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한 여동생 킷캣, 엉뚱하지만 포근한 삼촌과 함께 살아온 십여년의 삶 가운데 충분한 사랑을 받아온 팀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돈을 벌거나 남을 해치는 데에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암흑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메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순수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몇번의 타임슬립을 거듭할 뿐. 그녀와의 키스, 그리고 뜨거운 밤에서의 어설픈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몇차례 능력을 과잉사용한 것이 그가 타임슬립을 사용하며 누린 최대의 사치이다.

 

 

 

 

 

 

 

 

 

 

 

 

영화는 줄곧 따뜻하다. 온기어린 색채가 전달하는 메세지는 단순한 남녀의 사랑에 포커스를 두지 않는다. 영화의 프레임은 '팀'이라는 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며 겪게 되는 평범한 2차성징 가운데에 별다를 것 없는 것마냥 타임슬립을 끼워놓았다. 그저 '한 남자'가 살아가는 인생에 유머러스하고 재치있게 '시간의 소중함'이라는 교훈을 버무릴 뿐이다. 영화는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며, 점점 나이들어가는 자신의 부모를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그리고 영원할 줄 알았던 부모를 하늘로 떠나보내는 일련의 단계들을 우울하지 않게 담백하게 뱉어낸다. 직접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대신 간접적인 울림을 주기에 우리는 부담없이 그들이 겪는 설렘과 사랑, 이별과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며 눈물흘리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인생 영화로 손꼽히는 이유일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진심. 그것이 너무나도 완벽하게 표현된 영화이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에 대한 동경을 가져왔다.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꾸준히 다뤄지는 소재가 바로 타임슬립인만큼,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을 필연적으로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는 늘 과거에 묶여 놓친 순간들에 대한 후회에 젖어 지나가버린 나날에 발이 묶여 사는 것이다.  그런 능력이 있으면, 지금의 내 삶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하지만 이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하더라도 과거를 바꾼 그대가 살아가는 현재가 행복하리라는 확신은 그 어디에도 없다. 과거를 바꾸는 것은 그 순간 이후에 벌어지는 수많은 우연과 기회, 사람과 사랑 사이에 이어진 실들을 엉키게 만든다. 그렇기에 그 하나의 순간을 바로잡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불행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다른 모습으로 현재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팀은 메리와 연인이 되기 위해 수없이 시간을 돌려 그녀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했던 말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그녀 앞에서 완벽히 암송하며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게 하고, 운명처럼 느끼게 하며 팀 자신에게 사랑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팀은 메리와 결혼에 성공했고 어여쁜 아이와 함께 따뜻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가진 '타임슬립'에 대한 환상을 보여준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과거를 바꾸어 행복을 얻는 것. 기회가 도사린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머쥐는 것. 특별한 능력으로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이 장면에 열광하며 동경하고, 이같은 일이 우리 삶에 일어나기를 꿈꾼다. 그렇기에 우리는 팀을 응원하며 그가 사용하는 초능력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더욱 극적인 모습이고, 아름다워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초능력은 팀을 비롯한 우리에게 행복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그의 여동생 킷캣이 겪어내는 힘들고 아픈 사랑을 끊어내려 시도했던 팀, 그는 여동생을 살려냈으나 그로인해 운명이 얽혀 자신이 사랑하는 딸이 사라져버리게 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면 그 영향으로 인해 현재의 내 아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지켜본 그는 다시 현재로 돌아와 여동생의 사고를 바꾸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의 운명을 바꾸는 대신 킷캣 스스로가 자신을 돌아보고 운명을을 바꾸며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온 것이다. 바꿀 수 있으나 바꾸지 않고 두는 것으로 그는 자신의 인생을 지켰다. 한번의 선택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팀은 스크린 밖 관객들에게도 가슴 저리게 전달했다. 우리가 가진 타임슬립의 동경이 영화가 후반부로 진행될 수록 하나씩 깨져가는 모습을 볼수록 어바웃타임이라는 작품이 가진 묵직함에 감탄했다. 봄비에 스며들듯 영화에 빠진 우리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타임슬립을 마음껏 즐기다 깨어짐을 반복하다 마침내 '타임슬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리라.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팀과 메리의 결혼도, 킷캣이 찾아가는 새로운 사랑도 아니다. 팀과 아버지의 이별이었다. 팀의 아버지는 타임슬립의 능력을 사용하여 수많은 책을 읽고 공부하며 성공을 손에 쥐었고, 가정에도 최선을 다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으나 끝내 타임슬립으로 이기지 못한 '죽음' 앞에 스러지고 만다. 시간을 돌려 당면한 죽음을 피해갈 수 있었으나 자신의 선택으로 자식인 팀과 킷캣의 탄생을 막아버릴까 끝내 타임슬립으로 운명을 바꾸는 것을 포기한 채, 담담히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감독이 의도한 이 작품의 큰 줄기가 아니었을까. 극 후반부에 와서야 밝혀지는 아버지의 마음에 팀은 인생에서의 큰 교훈을 얻는다. '시간을 되돌리지 않는 것'이 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그는 아버지가 그리울 때마다 타임슬립으로나마 아버지를 만났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다가오자 더이상 이마저도 포기해야 했음에 가슴아파한다. 아버지와의 추억을 영원히 마음에 넣어 두기 위해 마지막 시간 여행을 시작한 팀은 아주 어릴적으로 돌아가 아버지와의 마지막 산책을 시작하는데...  

 

 

 

 

 

 

 

 

영화의 여운은 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 가슴에 남아 인생을 울린다. 포스터나 스틸컷을 볼 때마다 가족이라는 의미와, 시간에 스러지는 부모님, 커가는 자식들, 나이드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아프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뭉클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인생영화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고 남발하는 사치를 누리게 되어 감사한 작품이다. 어쩌면 나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의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허투루 쓴 시간을 반성하게 되는 영화.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당신은 타임슬립보다 위대한 초능력인 '사랑과 감사'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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