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퇴사자 현실 후기 4탄 (업무분장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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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퇴사자 현실 후기 4탄 (업무분장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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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퇴직 기념 QnA-4탄 (업무분장과 분위기)

 

10. 본인이 맡았던 업무는 무엇인가요?

 

- 우편에 있을 때는 편지, 택배 접수, 국제우편 및 국제택배 (조건이 까다로운 곳이 있어서 박스 규격과 금지물품들은 기본 숙지해야 했습니다) , 알뜰폰 판매, 골드바 판매, 기념 메달 판매(유관순, 3.1 운동 등 특별 기념 메달 등) , 기념우표 발송(보통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나오는 특색 우표가 있는데 자기 지역 신청자들에게 원하는 만큼 보내주는 시스템. 해당 신청인에게 돈이 없으면 전화해서 입금 요청), 공공기관과는 월별로 우편 요금을 합산했다가 결제하는 후납 계약을 체결하거나 기준 미충족 기관과는 계약해지를 하는 서로 번거로운 수많은 서류가 필요한 탁상행정을 하고, 우표만 따로 판매하는 우편취급소를 체크해놓았다가 우표 가격에 변동 있으면 안내해주고, 해외로 상품을 보내면 산업용 송장(인보이스)을 필히 첨부하여야 하는데 그것으로 반송되지 않게끔 확인을 잘해야 했고(반송되면 정말 골치 아파짐...), 온누리상품권 판매하고, 아침마다 신문사들이 접수한 신문의 통당 중량과 감액률 확인한 이후 결제하고, 연하 우편엽서도 연초에 판매하고, 문화상품권도 판매하고, 경조 우편카드도 신청 오면 프린트하고 풀칠해서 보내고, 점자 우편은 무료 거나 감액해주는데 제대로 확인한 이후 접수하고, 선거우편물 접수도 받고, 박스도 정기 청구해놨다가 창고에 천몇 개씩 쟁여놓고... 하나씩 보면 쉬운데 그게 참 여러 가지고.... 그게 쉴 틈 없이 끊임없이 줄줄이 이어서 밀려들면서 손님도 받아야 되고 그리고 계속되는 전화에 정신은 부활이 부릅니다.. 밖으로... 나가버리고.... 쉬운 일이 한꺼번에 밀려오니 일은 물처럼 밀려오라 나는 잠겨 죽어도 좋으니까 됩니다.

 

-저는 그래도 통화량이 적은 편이어서 하루에 20~30 통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민원인에 걸리면 앞에 손님분들은 쭉 늘어서고 제 잘못이 아닌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은 지하실에 내려둔 상태로 계속 사과해야 하기에 멘털이 고추 바사삭 치킨처럼 부서지게 됩니다. 왜냐고요? 안되면 우체국에 불을 지르겠다고 하거나, 직접 찾아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국장 나와를 외치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혼이 빠진 죄송합니다와 감사합니다의 반복입니다. 그래서 매일같이 혼이 털리고 진이 빠진 상태로 퇴근하고 다시 출근하는 것의 반복이죠.

 

-  금융은 은행처럼 예금업무와 보험업무 모두 수행하는데 우체국은 여신, 즉 대출이 없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예금 가입하고 해약하고 통장 재발행, 외국으로 송금, 경조환 온라인 환 송금, 보험청약, 보험금 신청, 납입, 거절 건 관리, CD기 관리, 카드, OTP, 통장 등 물품 관리, 수표 관리, 그리고 대망의 펀드. 모두가 펀드를 기피하는 상황이라 금융 오자마자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인 제가 펀드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과장님이 면담 자리에서 '나이 든 언니가 할 수는 없으니까 네가 얼른 언니들 하는 거 다 맡아서 할 수 있게 얼른 배워. 그게 맞는 거야'라고 말씀하셔서 다른 업무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이라 지금도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펀드 권유 전문 자문인력 자격증은 딴 이후 우정청에서 판매허가를 해주지 않아 직접적으로 판매해본 적은 없습니다. 고로, 시크릿 쇼퍼의 체크리스트 상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가지고 밤을 지새운 적은 없다는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은행과 다름없이 큰 우체국에 자금 신청하고 관내 우체국에 자금 보내고, 돈이 남으면 과초금 다시 보내고, 그러한 업무들도 모두 수행합니다.

 

- 마케팅실은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물량이 많이 나오는 기업들과 계약하는 업무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물품들 관리하고 체크하고 픽업 택배 관리하는 일을 하며 송장이 몇백 개씩 나오는데 이를 회사에 기계를 주고 맡길 경우 일이 훨씬 수월하지만 우체국에서 직접 뽑아서 붙일 경우 헬게이트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 물류가 서무 쪽을 맡으면 청사 내 물품 관리, 예산 및 경비 관련 업무, 체육대회, 행사, 직원 교육, 월례회의, 휴직 및 퇴직자 관리, 행사 준비, 우체국 작은 대학이나 연탄배달, 김장 기부, 스마트 대학, 등등 지원 관련 모! 든! 업! 무! 잡! 무! 를 처리하는 신세계를 맛보게 됩니다. 저의 동기는 현타에 빠져 며칠을 앓아누웠다고 합니다.

 

- 사실 업무만 보면 템포를 놓치지 않고 정신만 차리면 다 할 수 있고, 또 때에 따라 타 직렬 업무보다 쉽다고 하는데 사실 제일 중요한 건 누구와 일하느냐가 아니겠습니까?

 

 

data-shown="false" data-ke-size="size26">11. 우체국 내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 드라마 미생을 보십시오, 여러분. 답이 그 안에 있습니다. 장그래가 되느냐 안영이가 되느냐는 국 분위기마다 차이가 나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장그래 반 안영이 반으로 살았습니다. 어디서는 예쁨 받고 어디서는 배척받고, 그렇게 말입니다. 그런데 사랑받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니 결국에는 정말 인간도 아닌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사랑받았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예쁨 받으려고 하고, 뭐라도 하나 배우려고 하고 또 책임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며 더하여 끈기 있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면 진짜 마 부장 같은 놈만 만나지 않는다면 그 누구라도 예쁨 받을 수 있습니다.

 

- 계리, 행정, 집배 모두 다 친한 분위기입니다. 계리직은 언니라고 부르고, 집 배분들은 주사님~이라고 불렀습니다. 보통 금융과 관련된 환을 집배원 분들이 배달하시게 되면 수취인 서명이 담긴 종이를 금융 담당자에게 주시러 내려오시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예금이나 보험 업무 보시러 업무시간 중간에 잠깐 창구에 들르시는데 그때마다 어이~ 민주! 잘 지내? 하면서 웃으며 인사해주십니다. 저도 웃으며 친하게 지내려 노력하는 편이라 주사님들 오시면 음료수나 과자 꼭 챙겨드리고 '고생하셨습니다. 밖에 많이 덥죠/춥죠?' 하며 인사 꼭 드리고 승진이나 발령, 결혼이나 득남/득녀처럼 축하할 일 생기면 계리직 언니들 챙기듯이 주사님들도 똑같이 자발적으로 자그마한 음료수 선물 챙겨드렸습니다. 다 같은 사람입니다. 사회이고 조직이라고 다를 것 없습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진심으로 다가가면 좋아하지 않을 사람 없습니다. 이기적으로 자기만 생각하지 않으면 다 좋아라 합니다. 제가 이렇게 몇 번 다가가면, 제가 해드린 것보다 더 잘해주십니다. 날이 더운 날에 제가 택배를 옮기다가 쉬고 있으면 중간에 다가오셔서 "민주, 덥지?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하시면서 하나씩 사다주시기도 합니다. 다들 처음에는 무뚝뚝하지만 친해지면 엄청 친절하고 자상하십니다. 심지어 등기를 하나 빼먹고 발송하지 않은 날에 정말 죄송한 말투로 부탁드리면 댁에 들어가시는 길에 집중국으로 가셔서 등기도 저 대신 전달해주시면서 어깨 토닥여주십니다. "민주 괜찮아, 기죽지 마. 사람 다 실수하는 거야. 다음에 안 그러면 되는 거지" 사람 대하는 거 비슷하다는 것 잊지 마세요. 먼저 인사 안 하고 데면데면하게 굴면 상대도 똑같이 데면데면하게 돌아오는 것이고, 먼저 붙임성 있게 다가가면 다 똑같이 돌아옵니다. 그렇게 사이가 좋아지는 겁니다. 

 

- 보통 특별소통기간이라고 해서 물량이 엄청 많아지는 추석 설날 선거 우편배달기간 등에는 2층 전체로 모자라 주차장에서 통상 및 택배 분류하시는데, 그때가 되면 저희 국은 50분 여분의 집배원분들께 직접 차나 음료수, 샌드위치, 김밥 등을 한 분 한 분께 전달해드리면서 수고하시라고 인사드립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여직원들만 그렇게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팀장님과 과장님들께서는 직접 어묵탕을 끓여서 나눠주시기도 합니다. 국장님께서는 안전 운전하라고 피켓 들고 서 계시기도 하고요. 아무튼 우체국 좋은 사람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아서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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