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국 퇴사자 현실 후기 3탄 (출퇴근 및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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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퇴사자 현실 후기 3탄 (출퇴근 및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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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출퇴근시간은 어떤가요?

-저는 공채 기준 행정 최연소, 만 19세에 합격해서 들어갔습니다. 계리직 언니들의 자식분들보다 한참 더 어린나이였고  언니들이 퇴직하기 전 창구에 계실 때에는 나무나 감사하게도 사랑을 많이 받은 덕에 8시에 30분까지 출근하고 6시 30분 전에 퇴근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잠깐이었고, 나는 곧 우체국의 문을 처음 열고 마지막으로 닫는 출퇴근 시간을 갖게 됩니다. 말 그대로 헬게이트에 빠지게 된 겁니다.

 

-물론 지역별로, 또 국별로 출근시간이나 퇴근 시간에 차이는 다들 있겠고 연륜이나 연차 등을 따져서 더 늦게 오시고 더 빨리 퇴근하시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통계적으로 보아 계리직분들은 보통 8시 40분 출근하시어 6시 칼퇴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8. 출근 후의 모습은 어떤가요?

-여전히 신규였기는 하나, 근무한 지 1년이 지나니 책임이 생기기 시작했고 같이 일하는 언니가 7급 팀장으로 가시게 되니 저는 새로운 신규 분을 가르치는 걸로 모자라 우편 자리의 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7시 30분에 출근해서 퇴근은 보통 8시, 늦게는 10시까지 하는 엄청난 나날을 보냈었지요.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신규를 잘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과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줘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퇴근 후 시간을 쪼개어 10페이지에 걸친 우편 및 우체국 지식 대통합 백과사전을 만들어드렸으며 수많은 업무 중 나 또한 모르던 우편 및 타부서 연계 파트를 다 익히고 맡은 바를 책임지는 데에 몰두했습니다. 더하여 신규 직원이 일에 숙달될 때까지 제가 완벽히 알던 모르던 알뜰폰, 금은동메달, 골드바, 국제우편, 후납계약, 서무업무, 문서 기안, 잡다한 지출 처리, 저도 처음 해 본 일년에 몇번 안 들어오는 업무들, 신규가 모르면 무조건 제 자리로 모든 고객 맞이하기 등등을 매일매일 처리하느라 한 달만에 5, 6키로가 슝슝 빠지는 진기한 경험을 겪게 되었습니다.

 

-해골처럼 피골이 상접하게 빠지는 살 탓에 친하게 지내며 저를 좋게 봐주시고 친하게 대해주시던 다양한 연령층의 친분있는 고객분들께서는 오실 때마다 병이 있는지 끊임없이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한 너무 친절하셨던 신규 발령 때 만나뵈었던 상사분께서도 “00이가 웃음을 잃었다”라며 온 국으로 출장을 가실 때마다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다고 한다.

 

-금융으로 갔을 때는 금융 업무를 배우는 것은 물론 내가 빠진 우편 자리 왔다갔다 하며 신규 직원분에게 모르는 부분을 알려드렸었고 금융 팀장님이 맡으신  업무들을 배우며 머리가 터져나갔습니다. 가령 보험을 예시로 들면 매일매일 어느 국 누가 보험을 했고, 환산율이 어떻게 되고 국별 실적이 어떻고...이런 걸 데이터로 뽑아서 엑셀 작업을 한 후 분석하는 업무가 있었는데 이걸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해보라고 주셨습니다. 그 충격적인 느낌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동기들한테 물어보니 그런 경우는 제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 당시 저는 그저 '아 알려주시는구나 감사하다' 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해보려 했었는데 아주 그냥 바보가 아닐 수 없었던 것입니다.

 

 

 

9. 건강은 어땠나요?

 

-결국 저는 스트레스로 먹은 것 다 토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밥도 못 먹었었고, 세 숟가락을 뜨면 헛구역질이 심해 너무 고통스러웠지요. 그 당시에는 그게 심각하다고 느끼지 못했고 되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에 엑셀 책을 사서 맨날 도서관에 달려가 공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건 어떻게 분석하는지 계속 들여다보고...그러다 내가 너무 한심해서 초라해보였고 무작정 동기들한테 연락해 물어보니 다들 까무러쳤습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나랑 두 살 차이나는 계리직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 언니는 퇴근 시 6시 5분 버스를 타야해서 6시 땡 치면 칼퇴하던 게 생각나서 나에게도 이런 칼퇴의 행운이 오나? 해서 시도했다가 욕이란 욕은 다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게 더 배울 생각은 안하고 언니들 따라서 빨리 퇴근할 생각만 한다고….

 

-사실 금융은 4시 30분에 마감을 합니다. 증거서와 제 시재를 정리하고 에이티엠(씨디기)마감하는데 금융 컴퓨터는 개인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있어 인터넷 되는 컴퓨터를 찾아 정보가 나오는 온나라 문서를 일부러 찾아봅니다. 그렇게 새로운 공지사항, 업무처리지침, 안내문을 보면서 팀에 전달하고 나도 업무 익히며 제 책임을 다한다. 그렇기 해야할 것들을 어느정도 다 마무리 했다고 생각해서 퇴근을 준비했는데도 그런 소리 들으니까 아, 이런 XX.....하...그래 내가 잘못했구나...바보같이... 저는 또 그러면서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일을 가장 빨리 끝내도 모두가 퇴근할 때까지, 적어도 7시 30분까지는 무조건 업무를 더 보거나 문서를 찾습니다. 그러면서 일을 일부러 더 만들어내지요. 그렇게 하루하루 모든 사람이 다 나갈때까지 마음 졸이며 살았습니다.

 

- 편람이라고, 요즘에는 전자로 나오지만 옛날에는 백과사전처럼 우편 하나만 해도 7~8센치 되는 두꺼운 규정 안내서가 있습니다. 과장님과 팀장님께서는 '나 때는 밤을 새워서 그런걸 몇번씩 봤다고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고 열정도 없다'하시며 자주 혼을 내셨습니다. 저는 그걸 듣고 가만 있을 수 없어서 퇴근하지 못하고 편람을 파기 시작합니다. 열심히 일하다 새된 전형적인 케이스가 바로 저였습니다.

 -지나가는 말투로 항상 요즘 것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그런 거라고 하셔서,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바보처럼 더 노력했었습니다. 계리직 언니들은 가정으로, 그리고 필라테스같은 운동을 하러 가신다고 금고 잠그고서 적어도 6시 10분 안팍으로 퇴근하시는데 정말 억울하더군요. 남은 건 그냥 행정직이었습니다. 아니, 그냥 돈없고 빽없고 나이어린 저일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건강은 아작이 났지요. 그냥 갈구기만 하면 다행이지, 손님이 있든 없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이 XX 저 XX하는 통에 중등도 우울증, 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왔습니다. 게다가 호르몬 불균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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